솔직한 백수일기2012. 1. 12. 23:36

나와 친구들 사이엔 급 롯데리아 집회가 자주 생긴다. 항상 보는 지겹게 보는 그런 얼굴들이지만 또 만나서 햄버거 세트 시켜놓고 상사 욕도 하고, 남자친구 욕도 하며 재미진 시간을 보낸다. 

원래는 오늘 친한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 롯데리아 모임을 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4명중 2명이 사정이 생겨서 못 만날 것 같다고 하기에, 남은 한명의 일주일 휴가중인 친구를 만나러 무작정 친구집을 찾아갔다. (당연 부모님 집에 안계신거 알고 찾아갔다)

 집에 고등학교때부터 봐오던 그 친구의 남자동생이 있었는데, 나랑 서로 막역한 사이라 봐도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가볍게 인사하고, 우스갯소리 하고 뭐 그런.
그냥 그 근처에 겸사겸사 일이 있어서 찾아간거고, 별반 어떤 뜻이 있어 간건 아니었는데, 여차저차 대화를 나누게 되고, 결국엔 친구가 신발을 좀 사야 한다길래 신발 사는거 따라 갔다가 저녁을 먹는 코스를 밟기로 했다. 그러다가 아무생각 없이 '남동생아 너도 같이가서 저녁먹자' 했는데, 선뜻 '그럴까?' 라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다. 놀랐다.우리집의 내 동생이었으면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동생이 있는 집이라면 솔직히 누나랑 누나친구 쇼핑가는데 따라나가거나 뭐 그러기 되게 뻘쭘해하고 그러지 않나? 그런데 흔쾌히 긍정의 표현을 하다니 나로선 믿기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의 집안은 참 가족적이어서 가족끼리 여행도 잘 다니는 등 (심지어 남동생이 스물 다섯인데도) 가족끼리의 단합이 잘된다. 물어보니 어머니께서 그런걸 좋아하시고 어렸을적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좋은 자세다. 그리고 부럽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사실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좀 어려움이란건 존재했지만) 여차저차 신발을 샀고(누가 남매 사이 아니랄까봐 친구가 맘에 드는건 동생도 맘에 들어했다. 이심전심인가), 근처 애슐리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한접시 두접시 비우며 소소한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생각 없이 친구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내가 '친구가 빨리 결혼을 했으면 좋겠냐' 며 친구 동생에게 물었더니 '늦게 했으면 좋겠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누나가 결혼을 하면, 누나를 뺏기는 느낌이 들어서 섭섭할 것 같아요'  

라고 했다.

아, 이게 남동생의 누나를 향한 마음인가!
참 별거 아닌 이야긴데, 뭔가 깊이 마음속에 훅- 하고 들어오는 말이었다.
나도 내 동생이 장가를 가서 분가를 하면 내 동생을 뺏기는 마음이 들겠지.


집에 돌아오는 내내 계속 그 대답만 머리속을 돌아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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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 인생의 시즌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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